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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앙기리스 의회가 이나리우스의 처분과 성역이 악마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대악마 ‘메피스토’가 천상계를 찾아왔다. 메피스토는 자신의 사원을 파괴한 이나리우스의 신병을 양도하면 휴전을 맺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 천사들은 이를 성역의 안전과 이나리우스의 처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 판단,
지난 ‘블리즈컨 2011’에서 크리스 멧젠 수석 부사장은 “디아블로의 여러 소설들을 취합, 세계관을 정립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인류의 시초인 네팔렘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렸으며, 네팔렘은 디아블로3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라 말했다. 실제로 현재 시행중인 디아블로3 클로즈 베타에서 핵심 아이템의 이름에 네팔렘이 붙는 등 그 비중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디아블로 세계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네팔렘, 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디아블로의 세계관을 통해 그 정체를 알아보도록 하자.
대충돌 - 천사와 악마의 끝없는 전쟁
이야기는 태초에 두 원시적인 생명체가 투쟁을 일으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두 생명체 중 하나는 몸 전체가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창조물 아누, 다른 하나는 악의 숨결을 뿜어내는 머리가 7개 달린 용 타차메트다. 이 둘은 오랫동안 서로를 공격, 파괴했고 이후에 아누는 천상계, 타차메트는 지옥계를 형성해 자신들의 세력을 구축했다.
아누는 자신의 일부인 ‘크리스탈 아이’를 사용해 세상을 창조할 수도, 반대로 파괴할 수도 있는 월드스톤을 만들었다. 지옥계는 천상계가 소유한 월드스톤의 존재를 확인하자 이를 얻고자 하는 탐욕에 휩싸였다. 이는 완전한 혼돈을 추구하는 악마들에게 월드스톤은 무엇보다 탐나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옥계는 천상계에게 전쟁을 선포했으며 천상계의 천사들은 방어진 구축에 열을 올렸다.
▲ 세계를 창조,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월드스톤
천사와 악마, 두 종족간의 전투는 판데모니움이라는 지역에서 펼쳐졌다. 악마들의 공격은 거셌지만 천사들은 월드스톤과 자신들의 신념을 방패 삼아 수비에 성공,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악마들은 한 번의 패배에 굴하지 않았다. 월드스톤에 대한 그들의 탐욕은 그치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침공을 거듭했으니 바야흐로 끝없는 전쟁의 막이 올라간 것이었다.
천상계를 떠나는 타락한 이나리우스
결말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천사들은 서서히 지쳐갔고, 일부 천사들은 자신들이 지키는 정의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의문에서 자라난 어둠과 끊임없는 악마들의 속삭임이 결합, 심신이 지쳐버린 몇몇 천사들은 점차 타락해갔다. 천상계 앙기리스 의회 소속인 천사 `이나리우스`도 그 중 한 명이었다.
▲ 전쟁에 지친 대천사 이나리우스는 리리스에 속아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러한 이나리우스를 지켜보던 ‘메피스토의 딸` 리리스는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천상계와 지옥계의 지긋지긋한 전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던 이나리우스는 리리스의 유혹에 넘어갔고, 그녀를 비롯한 일부 악마들과 동맹을 맺으며 천상계를 떠났다.
네팔렘의 탄생
천상계를 떠난 이나리우스는 새로운 세상의 창조를 원했지만, 이를 위한 능력이 부족했다. 이에 리리스는 천상계만의 능력인 ‘창조의 힘’을 훔쳐 자신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그를 유혹했다. 타락의 늪에 깊이 빠진 이나리우스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천상계에서 창조의 힘과 월드스톤을 훔쳐 도주했다.
창조의 힘을 가지게 된 이나리우스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이를 성역이라 불렀다. 그리고 월드스톤의 능력을 사용, 성역의 존재가 천상계와 지옥계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후 이나리우스와 리리스 사이에서 라트마, 불카도스, 에수를 포함한 여러 자식들이 탄생하는데 이들이 바로 네팔렘의 시초이다.
▲ 천사와 악마의 능력을 모두 받은 최초의 인류 네팔렘(Nephalem)
네팔렘이 태어나자 리리스는 그 동안 숨겨왔던 계획을 은밀히 실행했다. 그녀가 이나리우스에게 접근한 이유는 바로 천사와 악마의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새로운 생명체를 잉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명체를 타락시켜 자신의 군대에 편입, 이 기나긴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나리우스에 발각되었고 리리스는 결국 지옥으로 추방되었다. 리리스의 음모를 저지한 이나리우스지만 아직 그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었으니 바로 네팔렘의 지나치게 강대한 힘이었다, 그 힘으로 인해 성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도록 이나리우스는 월드스톤으로 네팔렘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리고 약해진 네펠렘들을 통제하는 동시에 자신과 성역을 천상계의 관심으로부터 감추기 위해 인간 예언자로 변장했다. 하지만 능력을 과도히 사용해서 일까, 월드스톤의 능력은 조금씩 약화되어갔다. 이로 인해 성역의 기운은 점차 천상계와 지옥계에 노출되었으며, 월드스톤의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갔다. 한편, 네팔렘의 힘은 세대가 지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소멸되었고 그 후손들은 능력을 잃은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나리우스는 이에 안심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감시해 나갔다.
리리스의 음모와 울디시안의 등장
네펠렘을 타락시키지 못하고 지옥으로 추방된 리리스는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으며, 그 목표는 디아블로의 부활이었다. 하지만, 디아블로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강대한 힘을 가진 매개체가 필요했는데, 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렵게 이나리우스의 눈을 피해 성역에 잠입한 리리스는 어느 허름한 농가에서 실전된 네팔렘의 힘을 지닌 이를 발견했으니 바로 ‘울디시안’이라는 인간이었다.
대상을 찾은 리리스는 울디시안의 잠재된 힘을 깨우기 위해 아버지인 메피스토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메피스토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리리스의 오빠 ‘루시안’을 성역으로 파견했고, 인간계에 도착한 루시안은 ‘프리무스’라는 가명으로 트라이운 교회를 설립, 그릇된 교리를 배포하며 세력을 키워나갔다.
▲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 딸 리리스의 부탁을 받고 아들인 루시안을 성역으로 보낸다.
네팔렘의 힘을 각성한 울디시안
모든 준비를 마친 루시안은 트라이운 교회 신도들을 울디시안이 거주하는 곳으로 보내 그 지역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저지르게 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이나리우스 소속 ‘빛의 대성당’ 신도들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울디시안을 지목했다. 울디시안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무고를 밝혔지만 그의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사건을 통해 울디시안은 난생 처음 인간에 대한 혐오와 미움 등의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격정에 휩싸인 울디시안은 네팔렘의 힘을 깨달았으며, 동시에 마음 속은 분노로 가득차게 되었다,
▲ 울디시안에 내재된 네팔렘의 힘을 깨우는 수단이 된 트라이운 교회 신도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와 추궁을 받은 울디시안은 이후 수백명의 인간들에게 잠재된 힘을 과시했으며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이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네팔렘의 힘을 깨우친 인간들을 `에디렘`이라고 칭했고, 자신은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에디렘을 이끌었다.
성역에서의 전투
각성한 울디시안은 에디렘을 이끌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트라이운 교회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리리스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이나리우스에게 정체가 탄로나며 다시 지옥계로 추방되었으며, 루시안은 울디시안의 강력한 힘을 막아내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했다.
전쟁을 주시하던 천상계의 대천사 ‘티리엘’은 동생 이나리우스에게 성역을 정리해야만 한다고 조언했으며, 천사들을 소환해 울디시안과 잔여 악마들에게 총 공격을 가했다. 전투에 가담한 이나리우스는 월드스톤의 힘을 빌려 울디시안에게 막강한 힘을 쏟아냈지만, 완전히 각성한 울디시안을 이길 순 없었다. 결국 성역의 전투는 울디시안과 에디렘의 승리로 끝났고, 패배한 이나리우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모두 천상계로 추방,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 정의의 대천사 티리엘. 울디시안의 희생을 통해 인간을 천상의 편으로 끌어드리는데 노력한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바로 울디시안이 각성한 네팔렘의 힘이 너무 강대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그 힘이 오히려 자신들의 세계를 파괴할 것이라 직감한 울디시안은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힘과 육체를 분산, 성역을 지켜낸다. 이 상황을 지켜본 티리엘은 울디시안을 통해 인간의 희생 정신에 감복하며 성역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울디시안에게는 ‘멘델린’이라는 동생이 있었다. 형의 숭고한 희생을 지켜본 멘델린은 라트마와 그의 스승인 트라그울을 만나 여러 가지 특수한 마법을 배우며 성역을 지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천상계과 지옥계의 휴전 협정
천상계의 앙기리스 의회는 성역에서 추방된 이나리우스에게 창조의 힘과 월드스톤을 훔쳐간 죄를 물어 그에게 유죄를 선포했다. 그리고 에디렘을 포함한 인간계의 생존여부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이 때 티리엘은 “울디시안의 자기 희생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선한 감정을 느꼈다. 인간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분명 그들은 천상계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해 천사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투표 결과 앙기리스 의회는 인간들을 생존시키는 것으로 결정, 성역은 짧은 평화를 맞이했다.
▲ 천상계의 앙기리스 의회. 성역의 안전을 위해 메피스토와 거래를 하고 이나리우스는 지옥으로 끌려간다. |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증표로 이나리우스를 지옥계로 추방시켰다.
천상계는 지옥계와 휴전 협정을 맺은 후, 가장 먼저 인간 세계를 초기화 시키기 위해 에디렘, 천상계, 그리고 지옥계에 대한 인간들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울디시안의 동생 멘델린은 트라그울의 마법 덕에 기억을 보존할 수 있었고 라트마, 트라그울와 함께 성역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모임을 설립, 그 후로 오랜 세월 성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까지가 네팔렘과 그와 관련된 디아블로 세계관의 중추가 되는 이야기다. ‘블리즈컨 2011’에서 디아블로3 개발팀은 “디아블로2 확장팩 엔딩에서 티리엘이 월드스톤을 파괴해 네팔렘의 힘을 구속했던 능력이 상실되었다. 이를 통해 그 파괴의 잔재를 게임 내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최초의 인류이자 강한 힘의 상징인 네팔렘, 과연 디아블로3의 세계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글: 게임메카 김홍열 기자 (dia3@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