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워드프레스 창립자 매트 뮬렌웨그를 만났다. 그에게 들은 말의 주요 내용은 지난 주 토요일(2012년 4월 28일)자 위클리비즈에 썼지만, 기사로 쓰지 못하고 남은 이야기가 있다. 지면의 성격(종합지의 경제.경영 전문 섹션)도 있고, 분량 문제도 있어서 오픈 소스(open sourse) 라이센스와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많이 쳐냈다. 일부는 합치고, 다른 부분은 생략했다. 여기에 잘라낸 조각을 조금 모아볼까 한다.
-당신 직업은 뭔가? 당신을 코더(coder)인가, 경영자인가?
물론 나는 코더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과거에는 내가 신경쓸 일이 많았다. 2~3년 전에는 여기저기 돌아가니면서 스피치를 하는 시간이 코드에 신경을 쓰는 사람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워드프레스도, 오토매틱도 커졌으니까. 내 역할은 다시 내 본래 자리였던 프로젝트 매니저와 코더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오토매틱은 103명, 워드프레스는 300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코드에 기여하는 큰 프로젝트가 됐기 때문에 특정 기능에 대한 코드를 짜는 것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많다. 나는 어떤 기능을 만들기 보다는 전체 코드의 방향을 잡는 역할도 한다. 그런 면에서는 코더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떻게 코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가? 디자인도 오픈 소스가 가능한가?
상호 리뷰를 통해 이뤄진다. 누군가 코드를 보내오면, 그게 쓸만한지 평가하고 메인 코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픈 소스라고 해도, 어떤 코드를 채택하고 안 하고를 결정하는 코어 그룹이 있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누군가가 책임감을 갖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오픈 소스에서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오픈 소스 디자인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이 중구난방으로 고쳐나갈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결국 퀄리티는 코어 그룹이 결정한다.
-왜 그렇게 오픈 소스를 지지하는가?
문제는 투명성이다. 오픈 소스는 삶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당신이 어떤 물건을 쓴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물건의 작동 방식이 궁금할 것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면, 당신을 그 물건을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소스는 이런 식이다. 오픈 소스는 당신이 돌리는 프로그램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보여주고, 당신이 필요한 경우에 고쳐쓸 수 있도록 한다. 가장 투명한 방식이다.
나는 이 방식이 정치, 경제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세상에는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도 오픈 소스 방식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법안을 만든다든지, 경제 정책을 세운다든지 하는 데에도 공개를 통한 좋은 순환 구조가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자발성이다. 워드프레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코드를 개선하는 사람들이다. 재미있으니까, 행복하니까, 오픈 소스를 통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을 찾기는 무척 힘들다. 2만2000명이 워드프레스로 밥을 먹고 산다. 어떤 사람들은 내 회사에서 일하고, 다른 사람들은 프리랜서로도 일하고, 뉴욕타임스, CNET, godaddy.com 같은 데서도 일한다. 이들은 이것으로 돈도 벌고, 자신들을 위해 더 나은 소스를 만들어 돌려준다(code back).
-오토매틱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해달라.
오토매틱은 워드프레스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만들게 된 회사다. 워드프레스 생태계를 통해 오픈 소스가 아닌 프러덕트를 만들면 돈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의 첫번째 작품은 아키스맷(akismet)으로, 스팸 차단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버디프레스, 그라바타, 폴대디, 볼트프레스 같은 것도 만들었다. 대부분 유료다.
-오토매틱의 고용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오토매틱에 지원하면, 퍼즐을 풀게 한다. 퍼즐을 다 풀고 나면, 이력서를 제출 받고 나면 스카이프로 채팅을 해서 면접을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코딩 테스트도 거친다.
-면접은 왜 하는가?
이미 다 아는 사람들 아닌가? 우리는 대부분 직원을 오픈 소스 기여자 중에서 뽑기 때문에, 그 사람이 좋은 코더이며, 좋은 오픈 소스 기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인터뷰를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계 각국의 자기 집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이메일·메신저·영상 통화 및 협업 도구를 통해서 의사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과 워드프레스 재단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워드프레스 재단은 워드프레스를 상업적인 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시작은 내가 했지만, 나중에는 내 영향을 벗어날 것이다. 나중에 올 훌륭한 사람들(Visionaries to come)이 워드프레스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단은 이런 식으로 운영하기에 가장 좋은 형태다. 20~30년 후에도 워드프레스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소셜네트워킹 플랫폼 인기가 워드프레스 플랫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았나?
아니다. 페이스북, 텀블러, 트위터 같은 소셜 플랫폼이 인기를 끌수록 워드프레스의 인기도 늘어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워드프레스의 글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부분 워드프레스와 저들 플랫폼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워드프레스는 전문가용 카메라(DSLR) 같은 것이고, 소셜 플랫폼은 똑딱이 카메라 같은 거다. 둘 사이에는 일정한 장벽이 있기 때문에 퍼블리싱 측면에서는 워드프레스와 같은 플랫폼을 쓸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의 측면은 배포(distribution)이다. 소셜 플랫폼은 친구에게 내가 뭘 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심도가 깊어질수록 결국 링크를 통해 워드프레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커피를 안 마시고, 오전에 회의를 안 잡고, 알람 없이 일어나나? 당신은 눈을 뜬 이후 1시간 동안은 이메일을 읽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던데.
커피는 최근에 처음으로 마셔봤다. 지난주(이 인터뷰는 2012년 3월초에 이뤄졌기 때문에 2012년 2월 말을 말함)에 에티오피아에서 마신 것이 내 인생 최초의 커피였다. 굉장히 맛있었다. 깊은 향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오전에는 회의를 잡지 않지만, 이메일은 이제 오전에도 읽는다. 내가 정한 규칙은 다 실험적인 거다. 해봐서 효과적이면 계속 하고, 아니면 포기한다.
이메일을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안 읽는 것은 다른 좋아하는 일을 한 후에 이메일을 읽자는 방향에서 정한 것이다. 다른 좋아하는 일을 한 후에 이메일을 읽는 거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하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어나서 중요한 사람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일이 많다. 나는 주로 타지에 나가 있는 일이 잦으니까. 잠은 여전히 알람 없이 깬다. 해가 뜰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프로 재즈 색소폰 연주자를 지망했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마일스 데이비스, 듀크 엘링턴. 40~50년대의 예술들을 좋아한다. 그 시대의 예술품에는 일정한 정숙미(elegant)가 깃들어있다. 음악만이 아니라, 사진, 그림할 거 없이 그 시대 것을 좋아한다. 이것들은 매우 격조있다(classy).
-두 스티브 중에는 어떤 쪽을 좋아하나? 잡스? 워즈니악?
이건 참 어려운 질문이다. (한참 생각한 후) 그래도 잡스쪽이 낫다. 여러 가지 요소를 한 데 모아서 훌륭한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다. 디자인을 담당한 조너선 아이브라든지, 내가 이름을 모르는 수많은 엔지니어들. 물론 기업에서는 1명이 크레딧을 가져가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실제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