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8일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조금은 특별한 이유








 최근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듯이 도르트문트의 팀 컬러에서 비롯된 '게겐프레싱'이라는 단어 자체가 축구팬들에게 유행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뭐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게겐프레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하는 이미지는 '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굉장히 강한 수준의 압박'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도르트문트가 행하는 이 게겐프레싱이라는 것이 과거 2008/2009 시즌부터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보여주었던 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강한 압박과 그렇게 큰 차이점이 없지 않느냐라는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전방에서부터의 적극적인 압박이라는 것은 현대 축구에서 꽤 오랜시간 존재했었고,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굳이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개념을 '게겐프레싱'이라는 다소 거창한 타이틀로 포장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것이 주된 논점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단 저 같은 경우에도 축구를 보는 과정에서 일정한 현상이나 플레이를 얘기할 때 풀어서 얘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용어를 써가면서 얘기하는 것에는 다소 부정적입니다. 국내 중계를 즐겨 보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몇몇 해설자들처럼 정작 해설이 필요한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못한채 용어만을 남발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용어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가 확실하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용어에 대해서 각자 생각하는 의미가 달라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않게 있구요.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압박을 일컫는 용어인 '게겐프레싱'은 좀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압박이라는 개념 자체가 클롭의 도르트문트에 의해서 새로이 정립되었다거나 전술적으로 엄청난 패러다임을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도르트문트의 압박에는 분명 그들만의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기에 별칭을 붙여 줄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우선은 도르트문트의 압박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해서 압박이라는 것의 정의와 현재 도르트문트의 전술과 비교가 되었던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얘기를하고 넘어가야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축구에서의 압박, 즉 '프레싱'이라는 것은 사전적인 의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운을 못 펴게 힘으로 내리누름'이라는 사전에서의 의미처럼 수비하는 팀 입장에서 상대 선수가 공을 가졌을 경우 원하는대로 플레이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방해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압박이라는 용어는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들이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행하는 수비를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최후방에 위치한 센터백이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가진 상대 공격수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려는 움직임 또한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얘기하는 압박의 의미는 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구요.






최근 들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얘기하는 이 압박이라는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팀은 앞서 말했다시피 바로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입니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흔히 '티키 타카'라고 불리우는 극단적인 짧은 패스의 활용과 연속적인 삼각형의 형성을 통해서 상대팀 진영을 포함한 필드 전체에서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점유하는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서 수비시 두드려졌던 특징은 높은 수준의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상대 진영에서부터의 강한 압박입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르셀로나는 지속적인 볼의 소유를 통해서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상대 진영을 잠식해 들어가는 팀이었기 때문에 상대팀 진영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선수 밀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의 소유권을 상대팀에게 넘겨주었을 경우에는 빠르게 상대를 압박해 볼의 소유권을 재탈환하고 계속 해서 상대를 가둬둔 채 공격 작업을 진행하는 팀이었구요.


 압박이라는 것 자체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상대의 공격 작업을 지연시킴으로서 수비하는 팀이 수비 진형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냐 아니면 비교적 높은 지점에서 상대로부터 공을 빼앗아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공격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냐.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바르셀로나의 압박은 지극히 후자에 해당되는 경우였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동영상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6초 룰'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볼 소유권을 잃었다가도 곧 바로 다시 빼앗아 그야말로 상대를 그들의 진영에 가둬놓고 90분 내내 두들기는 팀이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얘기한 사항들을 통해서 볼 때 클롭의 도르트문트는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롭의 도르트문트가 펼치는 압박 전술은 분명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저는 전방에서 압박을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에서도 자신들의 선수 밀도를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기 때문에 수비시에는 압박을 하기 굉장히 용이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클롭의 도르트문트는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만큼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팀이 아닙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도르트문트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점유율 부문 3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55.1 퍼센트의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서 절반에서 5퍼센트 정도 더 가져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클롭의 도르트문트는 과거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처럼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압박의 대명사로 꼽히는 팀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일까요? 표현에서 다소 어폐가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쉽게 말해서 클롭의 도르트문트는 전방 압박을 하기 위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듭니다.






다소 느리기는 하지만 위의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도르트문트는 상대가 백패스를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압박이라는 전술적인 요소를 설명함에 있어서 최초로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는 플레이를 흔히 '압박으로부터의 초대'라고 표현하는데, 도르트문트의 경우에는 이러한 압박으로부터의 초대가 상당히 낮은 지점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도르트문트는 높은 지점에서 압박을 하기 위해서 비교적 낮은 지점에서부터 공을 가진 상대 선수를 압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압박으로 인해서 상대가 후방으로 백패스를 하게되면 1선과 2선에 선수들이 공을 향해 그대로 달려가 '인위적으로' 상대 진영에서 자신들의 밀도를 높혀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우위에 있는 팀을 공략하기 위한 '자이언트 킬링'의 수단이라고 일컫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전력면에서 우위에 있는 팀은 자신들이 공을 가지고 경기를 주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자신들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점유율이 높은 팀은 상대 진영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격을 전개하다가 자신들이 볼을 빼앗기는 상황이 오더라도 압박을 하기에 용이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클롭은 위와 같은 인위적인 압박 상황 조성을 통해 강팀을 상대로 자신들이 볼 점유율면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전방에서부터 압박하고 이를 통해 볼의 소유권을 회복한 지점에서 곧 바로 속공을 진행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상대가 백패스를 하면 순간적으로 빠르게 상대 진영에서 자신들의 선수 밀도를 높여 압박하고, 상대의 부정확한 롱패스를 이끌어내어 곧 바로 속공을 시도하는 도르트문트의 모습.



- 집단적 압박에 있어서 최적의 먹잇감은 공을 가진 선수가 아닌 공을 갖기 직전의 선수이다. 공을 갖기 직전의 선수에게 가하는 압박은 압박을 당하는 선수로 하여금 패스 미스를 유발하게 하고, 이는 곧 볼 소유권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리고 도르트문트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흔히 압박의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한 선수가 공을 뺏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가늠하지만, 실제로 압박을 통해 볼의 소유권을 회복하는 경우는 대다수가 상대 패스 미스로 인한 것이다.



※ 이글은 해외축구게시판 에서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출처 : http://goo.gl/aRUf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