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5일

마법의 장막 너머 / behind the magic curtain



 캐드베리-쉐퍼스 CEO가 연설을 하거나 나이키 CEO가 새 신발을 내놓는다고 생각해보자. 전문지에 보도가 되고 나면 금세 잊혀지리라. 그러나 화요일 한 CEO가 무언가 발표를 하고나면 몇 분 안에 웹과 주식브로커의 컴퓨터에서 분석이 이루어질 것이다. 몇 달이고 화제가 될 것이다.


 그 CEO가 스티브 잡스, 그의 발표가 위력을 발휘하는 까닭을 나도 안다. 일견, 검은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서 뭐 새로 나온 기술을 응용한 제품에 대해 말하는 어떤 사람일 뿐이다. 실은 말이다, 판촉, 제품 시연, 회사 응원의 놀랍게도 복잡하고 세련된 혼합에다 어쩌면 종교적인 부흥회 분위기까지 얹은 일이다. "커튼 저편의 남자"를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정교하게 맞추고 몇 주를 쏟아부은 일이다. 나 자신 그 준비 과정을 겪고 스티브와 무대에 서보았으니, 잘 알고 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 애플 컴퓨터는 주 시장에서 조그마한 몫을 가진 중간 크기의 회사이다. 애플 매킨토시는 기업 환경에서는 드물게 보는 존재이고,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애플 호환 버전을 내놓지도 않는다. 달리 말하면, 연간 매출에서 캐드베리-쉐퍼스 보다 조금 크고 나이키나 마크&스펜서와 비슷하다. 그런 비교는 기업계에서의 애플의 위치를 설명하는데 뭔가 부족하다. 핵심 요소, 스티브 잡스 말이다. 단지 한 회사 - 픽사 만이 주장할 수 있는 요소. 기업계에서 락스타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바로 그 사람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것은 상당 부분 스티브와 그의 발표 방식 탓이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방법은 공개 발표, "키노트" 에서 주력 상품을 공개하는 것이다. 스티브는 몇 주 전에 키노트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후보가 될 전 제품과 기술의 리뷰로부터. 개발과 출시 일정은 한참 뒤가 되지만, 선택한 제품들이 키노트할 준비가 되어야만 만족한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어려운 선택이다. 기술적으로 아직 진행 중인 일이므로, 미완의 소프트웨어를 보고서 미리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실제로 리허설에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심각해졌던 일이 없지 않다.

 


불세례

 이 준비의 첫경험은 2001년 1월 맥월드 엑스포 키노트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던 dvd 기록을 할수 있는 새 맥이 주제였다. 스티브는 새 소프트웨어, iDVD의 기능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애플의 DVD 소프트웨어 제품 책임자로서, 나는 스티브가 필요할듯 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다. 나와 팀원들은 5분 가량의 발표를 위해 수백 시간을 쏟아부었다. 두어 달 후 내가 생각하는 가장 흥미로운 측면을 강조하는 데모를 위해 스티브가 불렀다. 물론 그는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절차는 그래도 유용한 것이다. 이런 데모의 요점에 따라 그는 전체 발표를 가다듬고, 제품 하나하나가 차지할 시간을 결정했다.

 그 다음, 무대에서 DVD를 만드는데 쓸 영화, 사진, 음악을 찾아야 했다. 대체로 클립아트를 쓰거나 비디오 제작자를 고용해서 "홈 무비"를 만들어 낼 일이다. 스티브는 내용이 훌륭하게 보이면서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기를 원했다. 해서, 애플 사람 모두가 최고의 홈 무비와 사진을 제출하기를 요청했다. 금방 재미나고 멋지면서 감동적인 영상과 사진을 잔뜩 받았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그 대로, 그는 대부분의 내용을 싫어했다. 예닐곱 번 그 과정을 거듭했고, 당시에 나는 말도 안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이 초기 내용보다 훨씬 나았음은 인정한다. 그리고 데모. 스티브가 할 과정 하나하나, 프로그램이 이미 실행되어 있을지, 어떤 샘플을 실행할지, 죄다 말이다.

 데모가 준비되고 나서 내 역할은 소프트웨어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스티브가 갈아엎고 싶어할지를 대비해서 대기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주위의 일들이 돌아가는 것을 관찰할 기회이기도 했다. 큰 키노트에는 개별적인 작업을 수행할 팀을 포함해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수천 명이 참석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는 팀. 자동 연단, 이중 무대, 비밀 문 등을 갖춘 무대를 만드는 팀. 조명, 음향과 각종 효과를 관리하는 팀. 그리고 최신의 영사장비를 설치하고 조정하는 팀과 그 백업. 웹캐스트, 행사에 필요한 모든 비디오의 재생을 위해 외부에 세운 거대한 영상 트럭. 그리고 키노트에 사용할 컴퓨터들을 설치할 사람들은 스위치 하나로 전환할 백업을 최소한 하나는 갖추었다.

 물론, 비밀 엄수를 빼놓을 수 없다. 스티브의 발표는 깜짝 효과를 필요로 한다. 일단 리허설이 시작하면, 보안 요원들은 호사가는 제외하고 비밀을 지켜야 한다. 뭐 하나 넘어가는 법이 없다. iDVD 의 리허설에서 스티브는 DVD 플레이어의 리모컨이 무대에 서고 싶은 위치에서 동작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중계장치가 만들어지고, 리모컨 작동이 가능해졌다. 그리하여, 새까만 무대에 스티브가 올라 보기에 단순한 데모를 할 때면, 그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및 각지의 모든 인원의 에너지와 재능을 모두 모아 관중에게 내붓는다. 나는 햇볕을 자그만 점에 모아 불을 당기는 돋보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 년 후, 키노트에서 시연을 요청받고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시연이 뭔지 배웠다. 2001 년 중반, DVD 제품뿐 아니라 애플의 전문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인 파이널컷 프로를 맡게 되었고 2002 년 초에 새 버전이 나올 예정이었다. 스티브는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는 시연하지 않았다. 언제나, 기능과 작동에 더 익숙할 제품 부서 사람에 의존해 왔다. 그 일이 내게 떨어졌다. 그것은 내게 애플에서의 최고와 최악의 순간이었다.

 보통 스티브는 키노트 이틀 전에 리허설을 한다. 첫날에는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부분. 신제품의 제품 책임자와 기술 책임자 모두가 차례를 기다리며 방에 있다. 이 사람들은 스티브의 임시 관객이기도 해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애플의 디자인 팀의 도움을 얻어, 그는 대부분의 슬라이드 내용을 직접 쓰고 고안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발표의 부분부분을 다듬고, 스티브와 프로듀서는 그 자리에서 파워북으로 수정해서 고친 슬라이드를 바로 시험한다. 그 날 스티브는 발표의 모든 측면을 꼼꼼히 따져본다. 최대 효과를 위해 내용과 흐름을 이리저리 바꾸어 본다. 주력 상품을 새로 소개 할때면, 홍보를 위해 애플의 TV 광고를 보여주곤 한다. 광고는 리허설 몇 분전에 완성되기 십상이다. 때때로 여러가지 버전을 보여주고 반응에 따라 결정하기도 한다.


 


막판

 발표 전날이면 자리가 잡히고, 드레스 리허설을 한두 번 한다. 사외 발표자들은 이틀째에 키노트를 해본다. (새 아이팟이나 랩탑 같이 극비 영역의 리허설은 제외) 스티브는 시종일관 극도로 집중한다. 참석했을때, 그의 모든 에너지가 애플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구현하는데 집중된다. 리허설에서도, 개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대부분 100% 비즈니스.

 5분의 시연을 위해 몇 주를 보내면서 적절한 샘플을 고르고, 내 생각에는 다듬고 발표를 연습했다. 내 상사, 그 위의 상사가 응원차 참석했고 스티브는 버릇대로 관중석에 앉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내게 스티브의 레이져 같은 눈빛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연이 시작한지 1분 쯤 지나 스티브가 나를 중지하고 말했다. "제대로 하거나, 키노트에서 시연을 빼거나 해야겠군."  나는 좌절했다. 뭐라고 대꾸를 해야할지, 아니 대꾸를 해야할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감사하게도 내 상사 필 쉴러(키노트 발표로 단련되 애플 마케팅 책임자)가 구원에 나섰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그들은 내 시연을 다듬는 일을 거들었다. 중요한 것은, 필의 충고였다. "홀에 있는 6000 명 맥 팬들은 적이 아니라, 최고의 친구란 말일세." 그리고 다음 날 마지막 리허설에서, 스티브는 다시 참관했고,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기분이었지만, 진짜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무대 차례를 기다리며 첫 줄에 앉아 있으려니 행사의 압박이 나를 덮쳤다. 실내의 수천 명, 웹캐스트를 보는 5만 명. 그것은 바로 압박의 정의였다. 내 바로 앞 순서를 스티브가 시작했고, 심장이 벌컥거렸다. 수만 개의 눈동자가 내게 쏠리는 것을 느끼고 무너질까 두려워졌다. 공개 석상에서의 연설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런 기회는 처음이었다. 부제작자가 와서 무대 옆으로 나를 이끌었다. 어둠 속에 서서 스티브가 나를 소개하는 슬라이드를 펼치는 광경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 나를 스친 생각이 있었다. 5분, 5분이면 다 끝나는 일 아닌가. 5분 만 버텨내면 괜찮을 것이었다. 나는 층계를 올라 무대에 섰고, 갑자기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시연은 완벽하게 진행되었고, 관중은 제품을 사랑했다. 환호성은 놀라운 흥분을 선사했다.

 끝나고 나는 잘 했다는 칭찬을 들었고, 그 중 하나는 바로 스티브의 칭찬이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키노트를 두 번 더 했고, 매번 나는 스티브의 가혹한 첫 리허설에 감사했다. 그는 나를 몰아붙였지만, 결국 그 덕분에 나는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애플에 있어서 스티브 잡스의 가장 중요한 영향력이다. 다른 사람 뿐 아니라 그 자신에게 있어서도 최고가 아니면 참지 못한다는 것.

* 마이크 에반젤리스트는 2002 년 애플을 떠났고, '내가 아는 잡스(Jobs I've Known)'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있다 - http://www.writersblocklive.com/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45999-%EB%A7%88%EB%B2%95%EC%9D%98-%EC%9E%A5%EB%A7%89-%EB%84%88%EB%A8%B8-behind-magic-curt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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